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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농사꾼

농업인과의 대화 조회 수 11065 추천 수 0 2012.10.12 09:56:25
김천시 조마면 조마버섯농장 김정훈 대표

표고버섯 재배에서 톱밥 배지를 사용하는 방식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것은 1990년대였으나 보편화된 것은 최근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하여 현재 표고버섯의 거의 90%를 톱밥재배로 생산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많이 늦은 편이다. 톱밥재배는 원목 재배보다 생산 효율성이 높고, 상대적으로 생산기간도 짧을 뿐 아니라 노동력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 관리상에도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 생산과정이 원목 재배보다 훨씬 까다롭다고 한다. 김천시 조마에서 표고버섯 톱밥재배를 하는 조마농장 김정훈 대표를 만났다. 
* 대담 : 이근우 / 김정훈 대표

이근우 : 버섯재배는 실패율이 꽤 높다고 들었습니다.

김정훈 : 5년 걸렸어요. 버섯재배는 크게 배양과 생육과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배양과정이 여간 까다롭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생육과정이 수월하기는 해도 관리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투자단계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습니다.

이근우 : 톱밥재배의 핵심이라면?

김정훈 : 기술집약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톱밥 등 배지의 배합 비율과 수분 함량, 살균, 적정 온도 등이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알맞은 시설과 환경을 갖추어야 하고, 숙련된 기술이 뒷받침되어야만 효율적인 생산을 해낼 수 있습니다.

(국내에는 약 300여 임가가 표고 톱밥재배를 하고 있으며 이들 중 10만 봉 이상의 재배규모를 가지는 임가는 약 50여 개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략 전체 표고 생산량 중 15~20%가량이 톱밥재배로 생산된다고 한다. 생산 초기에는 중국에서 배지를 수입하여 사용하였으나 지금은 대부분 자체 생산을 하고 있다. 국내 전체생산의 70% 가량이 봉지재배 방식이고, 나머지는 자연균상재배나 공조균상재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이근우 : 배양과정이 만만치 않겠는데요.

김정훈 : 저는 지난 5년간 배지와 배양기술에 몰두했습니다. 일종의 전략적인 선택입니다. 나름대로 양질의 배지를 생산할 수 있다는 데에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생육은 일반 재배사에 넘기고 저는 배양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종균전문배양소를 운영하고 싶은 거죠.

이근우 : 그러자면 당장 일반 버섯 재배농가와의 연계가 시급하겠습니다.

김정훈 : 지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작목반 단위로 제가 만드는 배지를 공급하는 것을 논의 중에 있습니다. 사실 배양에는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가 원목 재배를 하던 농가가 톱밥재배로 전환하하자면 어려움이 많거든요. 생육은 일반 버섯 농가가 이미 하던 일이라 어려움이 전혀 없겠죠.

이근우 : 경영 마인드가 강한 분이시군요.

김정훈 : 그런가요?(웃음)

이근우 : 귀농 처음부터 버섯재배를 하셨나요?

김정훈 : 아뇨. 베란다 텃밭용 채소를 도시에 공급하는 일을 했습니다. 제 판단에 시장성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사전 모니터링이나 설문조사에서 호응도 높았습니다. 그런데 가격결정에서 곤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규모 대비 단가를 맞추는 데에 실패한 거죠.

이근우 : 공급 전에 소비자의 선호도를 직접 조사하셨다니 얻은 게 많으셨겠습니다.

김정훈 : 그렇습니다. 소비자의 구체적인 욕구를 확인하고 거기에 적합한 형태로 상품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제 원칙입니다. 당시에 진행된 모든 사항을 기록해두고, 제 영농에 늘 참고하고 있습니다. 백업이죠. 백업 농사꾼.(웃음)

이근우 : 종균전문배양소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하셨는데요.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김정훈 : 현재 김천의 톱밥재배사는 두어 곳 밖에 안 되지만, 작목반 단위로 톱밥 재배로 전환하려는 농가는 많습니다. 말씀드렸다시피 종균배양은 무척 까다롭고 실패율이 높습니다. 관건은 톱밥배지에서 양질의 표고가 생산되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갈변된 배양체(수확직전 상태)를 재배사에 공급할 계획입니다. 재배사는 생육만 하면 되는 것이죠. 노동력의 급감으로 김천 역시 톱밥재배로 전환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라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근우 : 그렇게 되면 상당한 물량을 소화해야 할 텐데요.

김정훈 : 저는 이미 재배사를 16동으로 늘렸고, 생산량도 전년 대비 5배로 끌어올렸습니다. 규모는 확충된 셈이죠.

이근우 : 원목재배 하던 농가가 전환할 경우 유통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요?

김정훈 : 공동집하죠. 공동판매와 매수판매를 병행할 생각입니다. 제가 공급하는 배지로 생산하게 되면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연대하는 작목반에 대해서는 원자재를 염가로 제공할 생각입니다.

이근우 : 아, 사업을 구상하고 계시군요.

김정훈 : 그런 셈입니다만, 구체화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만, 기술력이 뒷받침된 고부가가치 농업을 해야 한다는 게 제 신념입니다.

이근우 : 현재 생산되는 표고의 유통은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김정훈 : 개별 소비자에 대한 직거래가 아니라 업체를 대상으로 직거래합니다. 영업도 제가 직접 하고요.

이근우 : 위험부담이 있지 않나요?

김정훈 : 생산자 입장에서는 공급이 탄력적이어야 합니다. 이러자면 생산기반에 적정 규모화가 이루어져야 하고요. 특히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라 생산량의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따라서 공급량의 최대치에 여유분을 두어야 하고 거기에 맞추어 판매하면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물론 품질 표준화가 선행되어야만 합니다만. 개인 직거래는 업체 직거래와 달리 지속적이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충성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그리 안정적이지 못합니다.

이근우 : 작목반 단위든 기업화든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면 사업성이 높다는 말씀이죠?

김정훈 : 그렇습니다. 한 가지 걸림돌은 배양과정을 순환시스템으로 자동화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투자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이근우 : 말씀을 듣다보니 매력을 느끼는 귀농인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김정훈 : 제가 나서서 강력 추천하기가 뭐해서 그렇지 실제로 매력 있습니다. 30평 규모에 약 5백만 원 정도 투자하면 연중 상당한 소득을 창출할 수도 있습니다.

이근우 : 유통에도 도움을 주실 수 있겠죠?

김정훈 : 가능합니다.(김대표는 톱밥재배를 권하는 대목에서 말을 아꼈다. '장사꾼'같이 느껴지는 것이 싫다고 했다.)

이근우 : 톱밥재배를 축으로 귀농인들의 유대 강화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정훈 : 필요한 일이죠. 다만, 현재 귀농인들의 모임이나 만남에 반드시 영리 추구의 계기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친목모임은 오래가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생각입니다. 공통의 이해관계를 충족할 수 있는 어떤 틀이 있어야 합니다.

이근우 : 무척 실용적인 판단을 하시는군요. 귀농인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하신다면?

김정훈 : 일천한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주재배작물의 세심한 선정도 중요하지만, 연중 공급 가능한 중심작물이 꼭 필요합니다. 직거래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그래야 소비자와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소득에 직결되는 일이죠. 영농과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백업할 것도 권합니다.

이근우 : 올 목표는 당연히 생산라인을 작목반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고, 시설 자동화겠지요?

김정훈 : 그렇습니다. 지금 원목재배에서 전환하려는 농가들이 대개 고연령층이어서 효과적인 기술전수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

*참고

- 산림조합중앙회산림버섯연구소http://www.fmrc.or.kr/
표고버섯의 원목, 톱밥재배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표고버섯 재배의 핵심기술에 대한 전자책을 제공하고 있으며, 표고종균도 보급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재배기술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 김천시농업기술센터http://www.gca.ok.kr
'주요작물 재배기술' 중 '버섯' 메뉴를 보면 다양한 버섯에 대한 유형별 재배기술을 참고할 수 있다.

- 이남주자연아래버섯http://www.mushtour.com/
최초로 느타리 봉지재배법을 연구개발 했다고 알려진 농장이다. 이남주 대표는 버섯재배용 용기의 톱밥 주입장치도 개발(발명 특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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