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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700m에 꽂은 귀농 깃발

덤바우잡설 조회 수 18650 추천 수 0 2012.12.10 12:16:47
막사발 생태마을, 정인수 대표

  김천시는 험준한 소백산맥을 끼고 있어 강원도를 방불케 하는 오지가 많다. 증산면이 특히 그런데, 가파른 산이 첩첩이고 기암이 흘러내린 계곡도 깊어 이국적인 풍광마저 자아낸다. 
김천시 증산면 막사발 생태마을의 정인수대표는 바로 그런 곳, 해발 700m의 산록 2만여 평에 귀농의 터전을 마련하여 농사를 일구고 있다. 
창의적 상상력과 실천적 지식으로 무장하였으되 깊은 물처럼 잔잔한 사람이다. 그는 한마디로 거창한 귀농을 꿈꾸는 중이다.


“저는 어린 시절부터 농촌 지향적이었습니다. 1990년 중반 천여 평에 직접 농사를 지어보면서 땅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독도법을 먼저 배웠습니다.”

그가 독도법의 필요를 느낀 것은 청정지역 확보에 대한 강한 열망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완전히 새로운 농사를 지어야 하기에 말하자면 처녀지가 필요했던 것이다. 최적지를 찾아 헤맨 끝에 1999년 지금의 땅을 장만한 그는 우선 집지을 궁리에 들어갔다. 풍토와 여건에 맞는 건축방식을 고민하다가 얻어낸 방법이 개량 귀틀집이었다. 2003년 실제로 ‘막사발식 귀틀흙집’을 지었고, 이는 손수 집을 지으려는 이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문) 귀농을 긴 시간 준비해 오신 셈입니다.

답) 실천으로 옮긴 해를 기준으로 하면 1999년에 시작한 게 되는군요.

문) 시작이라면 귀농의 사전준비를 말씀하시는 것이죠?

답) 부지 장만 당시 제가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땅에서 무어든 하기 시작했다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문) 오미자 농사를 지으시죠?

답) 2003년에 처음 심었습니다. 제 땅에 어떤 작물이 좋을지 선뜻 결정하기 힘들었는데, 자생하는 오미자를 보고 결정했습니다. 풍토에 맞겠다고 생각했죠. 2004년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아 600평으로 늘렸고, 현재는 약 4,000평정도 됩니다. 처음부터 유기농을 했고, 3년 전 유기농 인증도 받았습니다. 

 

문) 지금도 직장생활과 병행하십니까?

답) 아니죠. 이젠 퇴직하고 전업하고 있습니다. 2년쯤 되가는 것 같습니다.

문) 만족하십니까?

답) 만족은 몰라도 좋은 점이 많습니다. 우선 할 일이 많아서 좋고, 작물과 동물 생육에 바쳐지는 시간이 즐겁습니다. 공부도 할 수 있고요. 그런데 공부는 좀 늦은 감이 있어요.(웃음.)

문) 말씀하신 것들이, 제게는 다 싫은 것들인데요?(웃음.)

답) 말했다시피 저는 오랫동안 이런 생활을 꿈꿔오지 않았습니까? 사실 귀농, 특히 연고 없는 곳으로 이주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적응하는 데에 어려움도 많습니다. 저 역시 이런저런 곤란한 상황에 여전히 많이 부딪칩니다. 중요한 건 마음가짐입니다. 촌에 제일 잘 적응하는 사람들은 아파서 내려온 사람들이라고 하잖습니까. 동기와 이유가 명확해서 그래요.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 제겐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게 다입니다.

문) 사시는 집 말고 건축 중인 집이 두 채 더 있던데요.

답) 전통 귀틀집에서 착안했다고는 하지만, 막상 살다보니까 나무가 트면서 틈이 생기는 등 제 건축방식에도 결점들이 있더군요. 보완해서 짓고 있습니다.

(정대표는 건축에서뿐 아니라 재배에서도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었다. 농법의 경우 비교적 과격한 방법으로 알려진 자연순환농법이나 무투입농법 등을 적용해 약초 등 특정 작물을 대상으로 재배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재배작물 선정에서는 풍토에 반하지 않는 작목에 한정한다는 원칙을 엄격히 지키고 있기도 하다.)

 

문) 다양한 작물에 관심을 쏟다보면, 집중도가 좀 떨어지지 않습니까?

답) 농업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습니다. 연중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죠. 특정 작물에 몰입하게 되면 한 해의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소득과 관련해서도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농가가 연중 생산체제를 가지는 것은 기왕 확보된 소비자들에게도 무척 유리하겠죠. 

(이 대목에서 조각보라는 예쁜 별명을 가진 정대표의 부인께서 한 말씀하셨다.) 

권익우님의 답) 주 작목은 여전히 오미자죠. 다른 생산의 중심축이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재배작물을 다양하게 하는 게 곧 연중생산체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재배방식도 친환경의 테두리 안에서 전형적인 유기농 방식을 토대로 해야 하고요. 

문) 저도 농사꾼이라, 공감이 가는 말씀입니다. 농사는 워낙 순환주기가 길어 안정적 수익구조를 마련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더군요. 저희 부부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만...

답) 복합영농이 좋은 해결책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얼마 전부터 돼지를 사육하고 있습니다. 직접적 계기는 토양에 공급할 퇴비를 확보하자는 것입니다만, 사료공급 문제로 작물재배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농축산 생산이 상호 보완의 관계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정대표의 이 말은 다품종소량생산 방식이 일종의 다각영농이 될 경우 영농의 집약화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었다.) 

 

문) 물론 유기축산을 하고 계시죠?

답) 그렇습니다. 현재 마릿수로는 50여 마리 됩니다. 보통 일반 돼지는 6개월 자라면 출하합니다. 우리가 기르는 흑돼지의 경우는 8개월에 출하합니다만, 품질 면에서 12개월 출하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문) 출하방식은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

답) 그게 좀 고민입니다. 제 계획은 1차 가공입니다. 훈연이나 소금발효를 통해 수제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자는 것이죠. 직접 재배하는 다양한 산나물을 결합해서 독특하게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문) 정말 아이디어와 의욕이 넘치시는군요.(웃음.)

답) 장기적으로 보면 협업이 필요합니다. 제 오미자 농사처럼 축산도 일정한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 공감하는 분들과 협동조합을 꾸려볼 참입니다. 생산규모와 생산방식에 걸맞은 유통구조를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거든요.

(최근 새로 발효된 협동조합법을 염두에 둔 말로 그는 의무와 책임을 균분하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전업하시면서 수익에는 만족하십니까?

답) 이 땅에 공을 들인 게 12년인데요. 집 공사도 50%, 농사도 그 만큼 성과가 있다고 봅니다. 요즘 억대농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도 반에는 미치지 않나 합니다. 이제 시작이죠.

문) 12년 경력에 비추어 귀농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답) 도전과 마음다짐 사이에서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귀납적이라 할 수 있죠. 다만, 마음이 움직인다면 그 때부터는 공부가 필요합니다. 책 놓고 하는 게 아니라 가능한 범위에서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귀농했다면, 반드시 귀농인들과의 유대를 돈독히 해야 합니다.

(정대표 부부의 농장은 마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단순히 규모가 커서가 아니라 정교한 로드맵에 따라 건립되고 있는 단지 조성사업의 성격이 컸다. 그래서 거창하다. 그가 손수 집짓기에서 모범적인 건축술을 제시했던 것처럼 생태마을의 한 전범이 태동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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