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든 풀이든 꽃을 피울 때에는 젖 먹은 힘까지 쥐어짠다고 한다. 봄꽃은 대개 겨우내 체내에 모아두었던 기운만으로 틔우는 것이므로 그 안간힘이 더욱 극적이다. 특히 지난 해 모든 게 더뎌 뿌리에 담아둔 것이 별로 없는, 체구도 작아 맥없어 보이는 놈들의 꽃에는 간절함을 넘어서는 처절함마저 서려있다. 물오르는 가는 줄기가 꽃샘추위에 얼어 목숨을 버릴 지도 모르는 엄중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 필사적이어서 잘된 놈들보다 먼저 피어서 혹독한 제 삶의 미래를 시린 눈으로 바라본다. 그리 보인다.농사꾼 역시 이맘때면 뼈마디가 에이도록 힘주어 쥐고, 잡고, 메고, 들치고, 파고, 뒤집어야 한다. 그래서 꽃을 보는 심사가 남다르다. 덤바우에서 꽃봉오리를 송이로 모으는 산괴불주머니는 과수에 유황을 치라는 신호다. 미안하지만 나무에 꽃 피기 전에 월동 병해충을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또 한두 놈 일어서는 냉이 꽃대가 온 밭에 지천으로 피기 전까지 밭갈이를 마치고 거름도 미리 주어야 한다.윤달이 끼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겨울과 봄의 교체가 비교적 순하다. 사람 눈으로 보기에 정상적이다. 조금은 아쉬우나 물도 풍부한 편이고, 일교차도 적당하다. 장기예보로 보아 고온다습한 늦봄과 여름이 될 전망이지만, 걱정은 그 때 일이다. 지금은 그저 몸으로 몸을 부려가야 한다. 이것이 농사짓는 이들이 봄을 맞는 인사치레, 체면치레 아니겠는가.
가장 이른 꽃차, 생강나무꽃이다

봄을 먹어야...냉이콩나물밥

특수 친환경 유황합제ㅋㅋ, 효험이 기대된다

언제보아도 할머니스러운 할미꽃

양지꽃에 드리운 농사꾼의 그림자

쓴맛의 정수, 바위에 붙은 고들빼기

노랗기도 한 버들강아지

곧 일어설 와송

오늘의 주인공, 산괴불주머니

가을에서 겨울 그리고 봄까지 풍상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나서 피어난 도토리?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할미꽃을 여기서 보네요. 학교 갔다 오는 길에 보면 길가에 피어있곤 했는데..버들강아지 여기선 돈주고 사야되는데 ..그땐 이것들의 소중함을 모른체 그냥 지나치며 살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