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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또 다른 첨성대

농업인과의 대화 조회 수 13240 추천 수 0 2013.06.11 10:14:27
이것은 또 다른 첨성대

  배로 유명한 성환의 선림농원 앞마당에는 경주의 첨성대를 닮은 구조물이 있다. 매끈한 허리 곡선이 옛 신라의 것과 무척 닮았다. 그 용도는 유황을 끓여내는 것인데, 워낙 규모가 커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것이 바로 황토천매유황을 끓여내는 저 유명한 대형가마다. 
선림농원의 농장주 김근호 선생은 흔히 ‘명인’으로 불린다. 그는 그에 걸맞은 농업의 달인임에 틀림없다.
생산되는 유기농 배를 전량 생협에 납품하기도 하는 그를 직접 대면하여 말을 나누다 보면 그는 농업에 관한 한 과학자에 가까웠고, 이론보다는 실험과 실천에 진력하는 활동가임을 알게 된다.

“불과 오륙십년 전만해도 유기농만 했잖아요.” 농장에서 만난 김근호 대표의 첫마디가 그랬다. 사실이다. 우리농업, 아니 전 세계 농업에 화학비료와 농약이 보급된 역사가 고작 그렇다. 그가 지적하는 것은 그 짧은 세월 검증도 없이 즉효성에 기대어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학재제가 땅과 작물, 그리고 사람에게 미친 악영향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그는 화학농약의 폐해로부터 해방되기 위하여 어렵사리 대형가마를 만들고, 뜻을 함께 하는 이들과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황토유황을 개발해냈다. 이는 농업인들에게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과수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매번 1, 2회 병충해에 강력한 석회유황합제를 살포한다. 그런데 이의 사용은 무척 제한적이다. 잎이나 꽃이 있을 경우 절대로 살포할 수 없는 것이다. 황토천매유황은 이러한 석회유황합제의 한계를 일거에 해소해버렸다. 더욱이 김근호식 황토천매유황은 기능성이 강화되어 농도장애 문제를 극복하였으며, 살포시 자국이 남지도 않는다. 특히 흑성과 적성병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김근호 선생은 자신이 개발한 제조법을 공유한다. 매년 이른 봄 자신의 농장 앞뜰에 마련된 대형가마를 개방하여 찾아오는 모든 이들과 함께 황토유황을 제조하고 나누는 것이다. 자신의 제조시설을 농업인들의 기간설비로 흔쾌히 내놓은 것이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비용 없이, 분야별로 협업, 연대해야 한다.”는 그의 말이다.

이근우 : 황토유황 제조는 김선생님처럼 끓여내기도 하지만, 자닮 방식은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데요.

김근호 : 뭐,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가성소다는 양잿물 아닙니까? 그 양에 따라서는 단백질을 파괴하는 현상이 있을 수 있죠. 과수의 경우 속이 비는 일종의 골다공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습니다만... 저는 제 방식이 다기능성이라고 믿지만, 글쎄요. 분석은 제 소관이 아니어서요.

실제로 자닮식 황토유황은 국제적 유기농자재 제조방식에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았고, 2012년 우리나라에서도 유기농 자재로 인증 받았다. 따라서 김근호식과 자닮식은 전문적인 비교분석을 통해 상호 장단점이 규명되기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근호선생은 역시 황을 이용한 양돈을 5년째 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 농가의 소규모 축산과 관련한 질문에는 전망이 어둡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특히 유기축산에 대해서는 유기사료가 턱없이 부족해 경쟁력이 없다는 의견이었다. 사실 우리의 전 분야에 걸친 농업의 유기농 비율이 5% 미만에 머무르는 현실에서 사람도 아닌 가축에 먹일 유기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것은 사치에 가까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정인수 : 그런 현실을 감안해서 유기축산 대신 황과 일반재배 청치, 풀 등을 이용해 공장식 축산의 폐해를 극복하는 형태로 사육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근호 : 가능하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봅시다. 맛 말입니다. 일반 농산물도 마찬가지지만, 맛이 가격결정요인이 되던가요? 대량생산된 돈육이 시장을 우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규모 축산이 설 자리가 거의 없다는 말이죠.

정인수 : 소비자의 친환경 선호도가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품질에서 승부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김근호 : 생각해보십시오. 공장식 사육방식을 기준으로 품질이 정해진 ‘규격돈’에 이미 소비자들의 입맛이 길들여진 상태 아닙니까? 우리가 즐기는 삼겹살도 사육방식으로 인해 인위적으로 생겨난 부위란 말이죠. 머리로는 좋다고 인정해도 혀에서는 거부한다는 말이죠. 그리고 소규모 축산에서 생산된 돈육은 더 비싸게 받아야 할 텐데 소비자들은 질도 질이지만, 가격에 가장 민감합니다. 유통과정에서 벽에 부딪치는 거죠.

일반 농산물과 달리 축산물은 도축과 가공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하기에 소규모로 축산하기에는 고비용을 감당하기에도 벅찰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일정 조건을 갖춘다 해도 당장 도축장에서 소량 도축은 도외시 하는 경향이 있고, 일시 도축된 생산물량을 한꺼번에 소화하려면 자가 유통망이 꽤 커야 하는데, 그게 녹록치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김근호 : 사실 쌀겨, 옥수수 등을 주로 양돈 사료로 쓸 경우 좋지 않은 성분이 체내에 축적되게 됩니다. 오메가6라고 그러죠. 그리고 공장식 축산을 할 경우 항생제 등 약품도 많이 사용하고요. 사육환경이 가혹하기도 하죠. 이런 점에서 소규모 축산이 바람직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의의는 있습니다. 다만 대가가 너무 크다는 것이죠.

정인수 : 황을 사료로 사용하면서 가장 큰 장점은 무엇입니까?

김근호 : 당연하지만, 악취는 전혀 없고요. 발효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분뇨의 분해속도도 완연히 높습니다. 병치레도 거의 하지 않고요. 

정인수 : 풀이나 청치를 먹일 경우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져 기름이 굳지 않고, 좀 더 양질의 육질을 가지게 되잖습니까?



김근호 : 그렇죠. 그런데 말입니다. 한때 멧돼지 고기가 인기 있다가 시들해진 이유가 뭡니까? 식감이 너무 퍽퍽하기 때문입니다. 몸에 이로운 건 다음 문제라는 것이죠. 풀을 많이 먹이면 육질이 부드럽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아무튼 소비자의 식생활 패턴을 바꾸면서 판매가 가능하겠느냐는 것이죠. 아교로 덕지덕지 살을 붙인 돼지갈비를 즐기는 것 아닙니까?(웃음) 

정인수 : 소비성향에 어느 정도 부합하면서도 비교적 청정한 돈육을 생산하자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근호 : 제 경우를 예로 들죠. 돼지 사육에서 관건은 생후 60~80일 사이의 관리입니다. 그 시기에 구제역, 콜레라 접종도 해야 하는데 중요한 것은 사료입니다. 성장세에 있는 어린 돼지에게 어떻게 먹이는가가 핵심과제인 셈이죠. 잘 못 먹이면 죽어나가기까지 합니다. 살아남더라도 한마디로 상품성이 없어지는 거죠. 저는 이 때 시판되는 맞춤형 사료를 먹입니다. 건강과 육질을 조기에 확보하는 수단이죠. 돼지 사육에서 주로 자가제조한 황 발효 사료를 먹입니다만, 생육에 조건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처합니다. 

농사보다 어렵다며 웃기도 하는 김근호 선생은 양돈에서 말하자면 시장과의 합리적인 타협책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그는 성환에 생기게 될 유기농방앗간의 도정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독점 구매계약을 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이는 곧 돼지사육을 유기축산 형태로 전환하겠다는 장기적 계획이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닥친 일에 대해 끝없이 대안을 모색하는 활동가의 동력이 느껴졌다.

“최악일 때 본연의 모습이 나타나는 법입니다.” 인터뷰 말미에서 그가 남긴 말이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첨성대를 세운 농업인의 기개와 저력, 엄중함이 느껴지는 경구로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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