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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한다면서 이름도 모르는

조회 수 11557 추천 수 0 2010.05.04 10:47:59
좋아한다면서 이름도 모르는

 산과 들에는 꽃이 지천이다. 이 들꽃들은 그러나 쉬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침 꿩의 울음처럼 불쑥 나타나기도 한다. 꼼꼼히 새겨가며 찾으면, 온통 꽃들이다. 새 삶을 잉태한 그들의 지당한 가지각색의 모습을 일일이 보노라면 멀미가 날 지경이다. 거기에 이름까지 보태려 하다보면, 혼이 나갈 정도다.

 “어머, 당신 좋아하는 꽃이 피었네.”





 반가움에 깨알 같은 꽃송이를 한참 들여다보아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 해도 반가움이 줄어들 건 없으나 옛 친구를 앞에 두고 이름이 가물가물 하여 호명하지 못할 때처럼 미안하고 또 당황스럽다. 마을 사람들처럼 ‘아, 그거. 그건 먹지는 못하는 풀꽃이네.’하며 두루뭉수리로 꽃을 대하는 게 더 진솔할지도 모르겠다. 봄에 피었으니 그저 봄꽃이라고 이름하고, 보는 족족 먼 걸음 마다않고 사진기를 들고 와서 증거 하는 그런 수고도 더는 것이 낫지 않을까? 그러나 모른 채로 살기에는 난 자의식 만발한 세상에 살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오랫동안 들꽃의 명세와 연대기에 시간을 계속 빼앗기며 살게 될 것이다, 가끔 한눈만 판다는 아내의 꾸중을 들어가며. 그리고 들꽃에 내 이름을 새겨가며.


개별꽃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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