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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나물

어쩌다한마디 조회 수 12612 추천 수 0 2008.06.18 06:16:47

요즘 내 밭, 진바실에 번성하는 것 중에 돌미나리와 돌나물이 있다. 이들은 내가 무척 좋아하는 봄나물이다. 이름 앞에 '돌-'이 붙어서 예전에는 이들 나물이 돌틈에서 자라나는 것이라 짐작했던 적이 있다. 알고보니 돌배가 바위 틈에서 자란 배가 아니 듯 이 나물들도 꼭 그렇지는 않았다.




접두사 '돌-'이 식물에 쓰이면 그 뜻이 '산이나 들에서 저절로 나거나 자라 인위적인 재배과정을 겪지 못한 것을 가리키며, 저절로 나거나 자라서 품질이 낮은'이라고 한다.(국어 고유어 접두사의 의미 연구) 그렇다면 예전에는 '돌-'자가 들어간 야채는 그 맛을 쳐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밭에서 정성들여 키운 푸성귀가 옛날에는 입에 향기로웠던 것의 반증이기도 하겠다.

어쨌든 자두 나무 옆에 무슨 땅에서 소름이 돋아났나 싶을 정도로 잔뜩 오돌도돌 군락을 이룬 돌나물을 보며 내가

"저리도 많이 났네, 작년엔 없더니."

하니까 아내가 받았다.

"엄마가 돌나물 다듬고 남은 걸 저기다 버렸다나 봐."

버려진 돌나물 찌꺼기가 한 해를 견디고 나서 농성을 한다는 것이다. 별로 놀랄 일은 아니다. 돌나물도 풀이라 치면 밭에 들어와 살면서 나는 단 한 번도 풀을 이겨본 적이 없다. 이기기는 커녕 시간따라 종류를 달리하며 번성하는 것을 따라잡기도 힘든 지경이다.



"에긍, 이젠 좀 뜯어야겠네."

장모님이 평상에서 일어나 그리 가시더니 한 웅큼 두 손으로 훓어 오신다. 아내도 똑 같이 한 웅큼. 다 다듬고 나자 장모님은 찌꺼기를 두 손에 모아 드시고는 농막 뒤 언덕 길로 가신다. 나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내년 이맘 때쯤 오늘 내가 모를 곳에 버려진 돌나물 찌꺼기가 올해처럼 번성 한 것을 보시며 어머니는 대견해 하실 것이다.

그래서 오늘 점심은 돌나물 비빔밥이었다. 비릿하지만 씹으면 촉촉한 물기와 함께 향기가 입안에 돌았다. 남은 것은 돌나물 물김치를 아내가 담갔다.

배부른 자세로 자두밭을 보니 냉이 꽃대궁이 난장이 메밀꽃으로 피어 온 밭을 덮었다.

'저것들을 진작에 다 국 끓이고 삶아 먹었어야 하는 것을...'

이 한가한 소리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가 한창인 2008년 5월 3일에 나는 하고 있다.

돌 이야기가 나오니 생각나는 한자가 있다.
乭 : 이름 돌.
돌밑에 있는 새.
돌에 눌려 날아가지 못할 새이거나, 돌만 치워지면 언제든 날아갈 수 있는 새다.

산이

2008.06.24 19:54:34
*.211.220.179

울 서방님 하마나, 언제나, 글 하나 올릴려나 몇 해를 기다렸더니 겨우 뭔가 하나 올라왔는데 하필 먼 소린지 모를, <미국산 쇠고기 수입> 사태로 뒤숭숭한 이 시점에 돌 밑에 있는 새라니 ㅉ ㅉ ㅉ...

거운

2008.06.24 19:54:34
*.151.211.218

ㅎㅎㅎ~~
언중유골 이라고 암만해도 자연산이 좋은거지요...^^

지안아빠

2008.06.24 19:54:34
*.159.46.221

드디어 글과 사진이 올라오기 시작하는군요...
많이 기다렸었는데...^^
자주 들어가지 못해서 항상 죄송합니다..
좋은 글과 사진들 많이많이 올려주세요...

조만간에 삼겹살과 소주 사 가지고 들어가겠습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수제 소세지를 사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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