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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불복

덤바우잡설 조회 수 19403 추천 수 0 2012.07.02 15:20:29
 올해 자두 열매 솎을 때가 오기 전인 이른 봄에 무를 파종했다. 진작부터 마을 사람이 돈이 되니 어쩌니 하면서 권했던 것을 해본 것이다. 정작 바쁜 와중에 혹시라도 번잡스러울까 싶어 500여 개 정도를 길러보았다. 거름의 최소량과 이런저런 액비를 시험해보자는 뜻도 있었다. 

 내친 김에 김천의 한 육묘장의 도움을 얻어 브로콜리와 양상추, 양파를 도합 4천 여 모종을 심었다. 두어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보면 양파는 멀칭 실패와 관리부실로 8월 수확에 별 소득이 없을 듯싶다. 뜻밖에 양상추가 튼실하게 잘 자라주었으나, 브로콜리는 모조리 노린재에게 진상한 셈이 되고 말았다. 일반 농약으로도 방제가 어렵다는 노린재는 유황을 원액으로 살포해도 건재했다. 이러고 보니 아내의 말이 정답이다. “노린재가 안 대드는 걸 키우지, 뭐.” 딴은 그렇다. 농사가 무슨 무한 도전도 아니고 그게 풍토라면 거기에 맞추어 피할 것은 피하고, 넘을 것은 넘어야겠다.(온 마을이 노린재 천지라 좋은 방제 방법을 찾기는 찾아야겠는데, 지금으로서는 요령부득이다.)




 어쨌거나 무와 양상추는 즐거이 수확했다. 그런데 팔기에는 적고 가족들과 나누기에는 그 양이 너무 많았다. 값이라도 좀 나가는 놈들이라면 언젠가 그랬듯 택배비만 부담하면 보내준다고 대대적으로 광고라도 할 텐데 말이다. 큰 맘 먹고 가까운 이들에게 선심을 쓰자면 그것도 일이다. 이즈음은 너무 바빠 반나절도 아쉬운 판인데 수확한 것 선별하고, 박스 포장하고 택배 기사 불러 보내는 게 마음이 먼저 바쁘다. 

 “복불복이지, 뭐.” 아내의 말을 따라 되는 대로 농막에 있는 아는 이들 주소를 그러모으고, 여기저기 뒤져서 박스 개수를 맞추어 택배로 보내고 나니 저녁나절이다. 아내가 또 말한다. “누구누구는 꼭 보내주었으면 했는데.” 나도 마찬가지다. 그 놈의 ‘누구누구.’ 촌구석에 처박혀 사는 주제에 사람을 더 탄다. ‘아이고, 막걸리나 마시자’에는 이견이 없었으므로 장마걱정을 안주삼아 아내와 희뿌연 막걸리를 마셨다.

 그날 밤에는 술에 젖어 게슴츠레한 눈으로 시 한수를 읽었다.

四時 - 陶淵明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秋月揚明輝
冬嶺秀孤松
 -(자세한 것은 오블, 파우스트님의 http://blog.ohmynews.com/worldandme/470667)

 해설은 오블, 고들빼기님의 댓글이 귀하다.

“앞의 시는 성리학적 세계관을 나타내지만
이 시는 농경사회를 표상하는 시리(라)고 볼까요.
봄몰(물)이 연못에 가득 차야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 구름이 뭉게뭉게 일어야 비 올 조짐이 있고
가을에는 달이 밝아야 다음날에도 햇살이 좋아 곡식이 영글지요
겨울에는 겨울의 정취를 즐긴다 할까요.
농경사회의 염원을 간략하게 반영한 시인지라……”

이명희

2012.07.04 20:41:51
*.43.230.226

ㅎㅎㅎ 덕분에 저희는 맛난 양상추에 쌈싸먹었지 뭐예요. 무는 생채 해먹을라구요~

고생하시는 두분덕에 저희는 좋은 음식 맛나게 먹습니다.

감사합니다~~

산이

2012.07.15 15:52:13
*.182.246.142

양상추는 장마가 다 가져가 버렸고 임자없는 작은 무들은 아직 밭에 서 있다우 ㅋㅋ
이럴땐 옆 동네에 아는 사람들 다 같이 살면 좋겠다 ㅋㅋ

올해는 대석 자두가 양이 많지 않은 관계로 지민이네는 아직 자두 맛도 못 뵈 주었네 ㅋ

기다리삼.. 이번주 내로 더 맛난 자두를 보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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