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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맛은 입맛

덤바우잡설 조회 수 12349 추천 수 0 2012.03.24 11:55:44
 요즘이야 사철 신선한 푸성귀를 먹을 수 있다지만, 예전에는 긴 겨울 보내고 봄이 와야 파릇한 것들을 먹을 수 있었다. 겨우내 신선함에 목말랐던 사람들은 아낙들의 손을 빌어 들판에서 겨울을 이기고 일어서는 나물들을 캐 먹었다. 꽁꽁 언 땅에서 새로운 한 해를 존비하느라 잔뜩 움츠리며 모아두었던 걸쭉한 자양분은 더할 나위 없는 보신이 되었으리라.

 지금이 그 철이다. 새벽 된서리에도 아랑곳없이 봄의 깃발을 들고 일어서는 냉이, 달래, 고들빼기, 돌나물 등속. 농밀하여 설탕보다 단 냉이, 매콤함에서 살짝 비껴간 달래, 식욕을 돋우는 고들빼기의 아릿한 씁쓸함. 게다가 청량음료보다 시원한 돌나물의 육즙까지.

 덤바우에 사는 우리 부부는 이들, 깃발부대를 먹지 않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얻는다. 그들이 알려주는 ‘때’가 진정한 절기임도 안다. 보살핌 없이도 성가실 정도로 번성하는, 우리 농사에 비겨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 배되는 끈질김과 강인함으로 온 땅을 뒤덮는 풀들이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봄맛을 놓치지 않을, 절묘하게 시작과 끝이 겹쳐진 찰나의 시절이다. 전국 방방골골에서 쪼그리고 앉아 봄을 캐는 이들이 분주한 지금, 이 때! 봄의 절정이다. 그 극적인 맛은 도시 마트의 그나마 먼 향기를 품은 것들에게도 있고, 공들여 시간 들여 정성스레 캐고 다듬은 것들을 내어 놓은 농민들의 인터넷 직거래 장터 에도 있겠다.

 놓치지 마시라, 봄맛은 입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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