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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버무려진 풍경

덤바우잡설 조회 수 12419 추천 수 0 2012.03.29 21:15:34
 가끔 착각한다. 흘러간 시간은 그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 모래 같은 것이라고 오해한다. 사실은 우리가 정해 놓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언제나 한 덩이로 온다는 것을 잊을 때가 많다.

 1416년(태종 16)∼1493년(성종 24)을 살았던 평정공 이약동 선생의 춘향제가 마을에서 있었다. 성종 때 청백리로 뽑힐 만큼 관직 시절 사사로움이 전혀 없었다고 알려진 분이다. 제주 목사 때에는 그 흔한 송덕비를 마다했고, 고작 말채찍 하나를 받았다가 그 마저도 제주를 떠날 때 성루에 걸쳐놓고 갔다고 한다. 또 돌아가는 배에서 악천후를 만나자 하늘을 노엽게 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며 온 배를 뒤져 자신 몰래 실려진 갑옷을 바다에 버렸다고도 한다. 이른바 ‘투갑연’ 일화다. 예나 지금이나 나라의 녹을 먹는 이들에게 기대되는 것은 똑같다. 그들이 그 기대를 기어이 지켜내지 못 하는 것도 똑 같을 지도 모르겠다.

 산수유가 노랗게 밝히는 뜰에서 사람들이 조아리고 또 조아려 옛 어른을 섬긴다. 그것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눈에서 향기가 피어오른다. 뜻밖의 어린 참관객들로 해서 두 세대가 훌쩍 넘는 어르신들의 어깨가 가볍다. 묵다 못 해 유물이 되어버린 믿음들이 가녀린 향불 몇 개로 되살아 날 리는 없겠으나 사람들은 조아리기를 그치지 않는다. 가버린 것과 아직 오지 않는 것이 한 순간 어우러져 삶의 향기로 피어오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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