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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살고 봐야지

덤바우잡설 조회 수 13903 추천 수 0 2012.05.03 07:54:17
우선 살고 봐야지

 내가 기대어 사는 ‘진바실’ 마을은 모두 세 개의 작은 마을로 이루어져 있다. ‘진바실’, ‘해평’, ‘불당골’.(우리 부부는 6년 전부터 네 개의 마을로 늘어났다고 주장한다. 그 마을들 맨 위에서 농사짓는 우리들의 터전인 속칭 ‘덤바우’까지 보태어서 그렇다. 실제로 마을 어르신들은 우리를 ‘덤바우’라고 부른다. 아내를 ‘덤바우’ 새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새댁이 아닌데 그렇게 부른다. 아마도 외지에서 새로 온 처자라 그리 부르겠다.) 그렇다고 세 마을을 포함하는 공식 지명 ‘이전리’가 큰 마을은 아니다. 아니 마을은 큰데 인구는 고작 60~70여 명이다. 사람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강역만 덩그마니 남아있는 셈이다. 가구 수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가구 구성원은 평균 1.5명 정도이다. 마을 평균 연령은 아마도 60대 후반쯤 될 것이다.

 그런 마을들 중 ‘해평’에 사는 ‘낀 밭주인’의 마당에서 볍씨 파종이 벌어졌다. 상토를 넣어 파종기와 복토기 거쳐 모판이 완성되는 절차다. 스무 마지기에 넣을 모를 만들자면 많은 손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웃 집 어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앉았다. 지나치던 우리 부부도 덕분에 끼어들었다. 웃는 분들. 언제나처럼 웃으신다. 벌써 농사가 6년이냐며 세월 빠르다, 농사꾼 다 되었다, 소출은 좋은가 하며 손이 빠른 만큼 입도 잰 어르신들이다. 일이야 이골이 나신 분들이라 눈 감은들 어그러지겠는가. 다만 객들은 허드렛일이고, 임자인 ‘낀 밭주인’의 예쁜 어머니는 완성된 모판을 쌓고, 또 물을 주는 일을 맡는다. 아드님은 당연히 기계를 담당하여 품질을 고른다.

 “고사리 따러 한번 올라들 오세요.”
 노인들에게 ‘덤바우’는 사실 먼 길이다. 우리 밭에서 마을 분들을 뵙는 일이 드물다. 마을과 ‘덤바우’의 한 경계라 할 수 있는 저수지 위로는 몇 년 전부터 아예 농사짓는 분들조차 없다. 그럼 커피는 주느냐, 고사리에 산나물 다 차지해서 좋겠다, 말씀들 끝에 누군가
 “‘눈가리’에 한번 가봐야 하는데…….”
하신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눈가리’의 추억이 쏟아져 나온다. 그 곳은 마을 뒤 가장 높은 산꼭대기(염속산) 바로 아래 있는 펑퍼짐한 곳을 말한다. ‘덤바우’에서 가도 40~50분 걸리는 곳이다. 오래 전에는 거기에서 벼농사를 짓기도 했다고 한다. ‘진바실’의 전성시대였겠다. 또 생계를 잇자면 몇 시간을 지게로 지어 나르는 수고도 감수하던 때이기도 했겠다. ‘눈가리’는 지금도 ‘진바실’의 엄연한 영산이다.

 “에이. 이 몸으로 가긴 어딜 가? 우선 살고 봐야지, ‘눈가리’가 대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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