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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의 기초과학, 똥

덤바우농법 조회 수 9409 추천 수 0 2012.05.05 10:52:00
농사의 기초과학, 똥

 농사만큼 과학이 응축된 분야도 드물다. 우리 장모님은 소쩍새가 울기 시작하면 참깨를 심을 때가 다가온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이러한 경험칙이 과학의 산물이라고 믿는다. 24절기를 보완해왔던 훌륭한 과학적 예측의 산물인 것이다. 소쩍새의 짝짓기 시기와 참깨의 파종 시기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짐을 알아내는 것은 어쩌면 과학 이상의 통찰일지도 모른다. 자연계의 검증 불가능한 총체적 운행의 틈을 비집고 농업을 구축한 농민들이 최초의 과학자였을 지도 모르겠다.

 첫 머리부터 얘기를 거창하게 한 것은 ‘똥’을 과학에 (억지로라도)붙여 넣고 싶은 욕구 때문이다. 똥을 싸지 않는 생명체는 없다. 그리고 모든 생명체는 사체를 남긴다. 사체 역시 똥이라 불러 손색이 없겠다. 똥이 거북하면 ‘부산물’이라 불러도 좋겠다. 이러한 똥이 없이는 농사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태고부터 농민들은 똥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똥에서 농사의 기초과학을 찾았던 것이다.

 똥을 얘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땅’을 말해야만 한다. 땅은 한마디로 스러지는 모든 생명체의 똥(유기물)을 녹이는 거대한 용광로다. 물론 용광로를 돌리는 동력은 역시 생명체인 미생물이다. 이렇게 살아있는 땅은 녹여낸 모든 것(무기물)들을 모든 생명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으로 돌려준다. 순환인 것이다. 우리는 농민이 아니더라도 이 순환이 언젠가부터 삐걱거리고 있음을 잘 안다. 농토에만 한정해서 얘기하자면, 지나치게 너무 오래 땅(속의 미생물)에게 못 먹을 것만 주어왔기 때문이다. 생명의 원천인 땅이 죽어 가면 지상의 생명도 신음하게 된다. 농토에서 자라는 작물들은 땅의 현재를 재는 척도인 것이다. 농작물을 먹는 인간의 입장에서 땅과 흙의 상태는 곧 건강의 척도인 셈이다. 그래서 문제는 똥이고, 해결책도 똥이다. 선결과제이자 목표일 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향한 궁극의 좌표이기도 하다.

 농토의 황폐화에 대한 해결방안은 의외로 단순하다. 퇴비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똥이 귀하다보니 똥을 만들어 써야 한다. 여기서 잠깐 똥의 품질에 대해 살펴보자. 가장 질 좋은 퇴비는 저 산속 낙엽 속에서 고이고이 삭아가는 부엽토다. 그들의 살았을 적 이름은 잎이다. 나무들의 제 잎일 수도 남의 잎일 수도 있다. 나무 아래 자라는 풀들일 수도 있고, 눈과 비에 섞여 있는 ‘많은 것’들일 수도 있다. 자연은 스스로의 부산물, 똥만으로도 울창하게 번성하는 것이다. 최악의 저질 퇴비는 소나 닭이 배설한 생 똥이다. 온갖 식물과 농작물들의 잎과 줄기, 그리고 뿌리는 훌륭한 퇴비의 소재이기는 하나 시간이 필요하다. 동물의 생 똥도 시간을 들이면 역시 좋은 퇴비가 될 수 있어 다행이다.(여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 워낙 가축들에게 약물이나 호르몬제를 많이 주어 그것들이 숙성된 퇴비에 잔류할 수 있다.) 부엽토가 만들어지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리겠다는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그것을 닮은 퇴비를 만들자면 시간이 필요하다. 예전 농민들은 가을에 풀과 농작물 부산물을 산더미로 쌓아놓았다가 이듬해에 퇴비로 사용하였다. 모든 유기물은 충분한 시간만 지나면 부식과정을 거쳐 저절로 퇴비가 된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풀 퇴비는 누적 양에 비해 나오는 퇴비가 너무 적다. 요즘을 기준으로 볼 때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는 것이다.


부엽토에 미생물배양체 등을 넣어 숙성시킨 모습


 이미 황폐화의 길로 들어선 농토를 위해서는 좀 더 나은 퇴비와 그것을 만드는 방법이 필요하다. 퇴비의 소재, 기술과 조건을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이에 관해서는 ‘톱밥 퇴비 전도사’ 석종욱 선생의 소중한 실천적 지식이 있다.http://cafe.daum.net/organicddang) 석종욱 선생에 의하면 좋은 퇴비로 땅을 살리고 ‘땅심’을 회복한다면 농사는 거저 지을 수 있다고 한다. 그 방법은 물론 양질의 완숙 퇴비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 농토에서 자라는 농작물은 병은 물론 충의 피해도 적다고 한다. 농작물의 품질 또한 훌륭하다. 그는 밭에서 자라는 작물에서 나오는 모든 부산물을 그대로 그 밭에 돌려줄 것을 권한다. 가지치기에서 나온 가지들을 모아 퇴비로 만들고, 고추 등 밭작물의 남은 줄기와 뿌리 역시 그 밭에 돌려줄 것을 강조한다. 저 산에서 벌어지는 순환에 최대한 가까이 가자는 권유다. 자연의 지혜로운 생존방식을 회복하자는 초대인 것이다. 

 그렇다. 똥에 대한 성찰, 이것이 농사의 기초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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