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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막걸리 5병으로 짓는 농사

농업인과의 대화 조회 수 9769 추천 수 0 2012.05.19 23:05:28
하루 막걸리 5병으로 짓는 농사 - 소미농원 안상화 대표 인터뷰

 소미농원 안상화 대표는 인터뷰를 위해 포도밭에 앉자마자 막걸리 뚜껑부터 땄다. “포도밭이 1,000평인데, 사방을 삽으로 1m씩 파고 유공관을 묻었습니다.” 2년차를 맞아 새순이 돋아 오르는 포도나무를 보며 하는 말이었다. “하루에 5병은 마셔야 해요.” 일의 고됨을 해소하자면 막걸리 다섯 병 정도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비유로 들렸다. 그는 단도직입적이고, 고집스러울 뿐 아니라 도전적으로 보였다. 자기 확신도 강했다. 그런 그와 나눈 막걸리 인터뷰다.



문1) 농사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자두 25년생 70주, 매실 100주, 벼농사 3천 평, 포도 2년차 1,000평입니다.

문1-1) 혼자 다 지으시나요?

 부모님이 연로하셔서 거의 혼자 해결합니다.(그래서 막걸리가 많이 필요 하시군요라고 하니까 농담한 걸 가지고 뭘 그러냐며 막걸리 잔을 비운다.)

문2) 힘드시겠습니다.

 못 해먹겠어요. 도무지 조건충족이 안 되니까 말이죠.

문3) 조성된 포도밭을 보니까 보통 정성이 들어간 게 아닌데요.

 그럼요. 삽질도 삽질이지만, 돌멩이를 한 4,000개 주워 날랐어요. 안 하면 모를까 한다면 제대로 해야죠. 농사에 잘 맞는지는 몰라도 나는 원체 완벽주의자에요.

문4) 어떤 작물이 주력농사이신지요?

 원래는 자두농사였는데, 매실농사로 전환하는 중입니다.

문5) 포도가 아니고요?

 포도는 진작 내가 어릴 때부터 하던 것인데, 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다시 시작한 겁니다. 내 계획은 장차 매실농사인데, 아직은 답을 못 얻었어요. 하다가 안 되면 접어야지요, 그것도.

문6) 정말 접으실 생각이신가요?

 그게 아니고, 나한테 농사는 현재 차선이에요.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현실은 아시다시피 농사에서 수익구조가 나오지 않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하는 말이지요. 제가 매일 영농일지를 쓰는데요. 연 단위로 결산해보면 연간 평균 900만원씩 적자에요. 나만 그런 것 아니잖아요. 농한기에 공장이나 인력시장에 나가보면 농민 여럿 만나요. 농사에서 축 난 것을 벌충하는 셈이지요. 뭐, 도시인들이 맞벌이에 알바까지 뛰는 것 하고 다르지 않죠.

문7) 말씀대로 농촌 형편이 그런데요. 차선이나마 버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문제는 투자죠. 일반 사업과 다름없어요. 한계이익률이란 것이 있지 않습니까? 투자에 신중해야 합니다.

문8) 수확물은 어떤 방식으로 출하하십니까?

 자두는 모두 서울 지역 공판장으로 출하합니다. 매실이나 나락은 주변 지인들에게 주고(팔고) 나면 남는 게 없습니다.

문9) 직거래도 하시는 군요.

 제 계산으로는 직거래도 그리 남는 장사가 아닙니다. 제 경우 직거래의 이익을 매출의 10% 정도로 책정하고 있는데요. 이건 공판장 수수료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분적으로 ‘팔아주는’ 소비자들에게 의존하는 측면도 있고요.

문10) 직거래가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통념과는 다른 생각이시군요.

 아, 그렇지는 않습니다. 직거래에도 폐단이 있을 수 있고, 그게 악화되면 농민들의 소중한 유통경로를 잃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 보다 우리 농산물의 유통체계는 농민이 팔방미인이 될 것을 강요한다는 것이죠. 포도의 경우는 농협에서 유통을 담당하지만, 이것마저도 단순 유통이고 가격 안정과는 약간 거리가 있습니다. 다른 경로라면 중간상인이나 공판장인데 이건 순전히 농민의 개인 역량에 달려 있는 구조 아닙니까? 농민은 생산만 담당하고 국가 차원의 유통시스템이 도입되어야 합니다.



문11) 김천시 귀농교육을 1기로 수강하셨는데요.

 그랬죠. 사실 제게는 귀농인이라는 말이 딱 맞지는 않습니다. 도시에 있을 때에도 늘 부모님의 농사를 거들어야 했거든요. 청년 시절은 말 할 것도 없고요. 도시에서 귀농한 이들이나 농사에 갓 입문한 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특히 직거래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 제게는 큰 성과였습니다.

문12) 농업기술센터에서 실시하는 포도대학도 현재 다니고 계시지요?

 아, 도움이 많이 됩니다. 외부 강사들의 수준이 높아 실용적인 지식을 많이 얻었어요. 현장을 잘 이해하는 그런 분들을 더 많이 초빙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말투에서 무척 독선적이겠다는 생각도 드는데 그렇지 않으시군요’라고 했더니, ‘내가 언제요?’라며 껄껄 웃는다.)

문13) 농사는 어떻게 지으십니까?

 그야 농사짓는 사람들 다 비슷하지요, 뭐. 병충해 방제에 골머리 썩고 그렇죠. 그래도 핵심은 풍토에요. 여기, 들에 보이는 논밭이 다 똑같아 보여도 사실은 일조량과 일교차가 무척 달라요. 남의 밭에서 하듯 내 밭에서 했다가는 큰일 날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저는 자두나무 밑거름을 가을에 주지 않고 봄에 줍니다. 개화시기가 빠르면 여지없이 냉해를 입거든요. 어쨌든 농사는 땅, 작물, 사람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합니다.

문14) 귀농하려는 이들에게 조언 한 마디 해주시죠.

 궁여지책으로 하는 귀농은 말리고 싶습니다. 귀농하신지 얼마 되었죠?

문15) 6년 차 입니다만…….

 이제 시작이다, 이런 생각 드시죠?

문16) 네.

 10년을 바라보는 계획으로 귀농해야 합니다. 순전히 제 개인 생각입니다만, 현재 농업은 대단위로 할 때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시설, 장비, 투자는 농사의 규모와 관계없이 동일합니다. 소규모자영농이 불리하다는 말씀입니다. 대개 귀농하는 이들은 골짜기로 들어갑니다. 스스로 인프라가 열악한 곳을 택하는 셈이죠. 물론 삶의 질이나 개인적인 주관을 앞세워 귀농하는 이들이라면 농업 현실이 다르게 다가올 수도 있겠으나, 경제는 경제 아닙니까?

문17) 귀농에 비관적이시군요.

 아, 그건 아니고요. 자신에게 적합한 규모를 정하고 거기에 따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소규모가 불가피하다면, 오미자, 산수유, 도라지, 더덕 등 특용작물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농사지어야 합니다. 다품종소량생산에 주목하자는 거죠. 여기에는 당연히 신뢰가 전제된 직거래망 구축도 필요하고요. 그리고 투자여력이 있으면 기업형은 아니더라도 대규모 농사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 자체가 경쟁력일 수 있거든요. 농사는 경영입니다.

문18) 끝으로 답이 안 나오면 접겠다는 말씀에 대해 한마디 더 해주시죠.

 여기 포도밭 보세요. 잘 해 놓았죠?(실제로 공들여 잘 정비한 포도밭이다.) 제 신조가 그렇습니다.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한다. 애착은 없습니다.(그는 막걸리 두병 째의 마지막 잔을 들이켰다. 그런 그의 멀지 않은 뒤로 난함산 정상이 보인다. 알을 품은 형상이라 그리 불리는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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