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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호령하는 장수

농업인과의 대화 조회 수 9460 추천 수 0 2012.05.21 12:09:09
용암골자두농원 송득수 대표 인터뷰


용암골자두농원의 자두나무는 대부분 수령이 35년이다. 송득수대표의 농업 경력 또한 딱 그만큼이다. 농원에 줄지어 서 있는 나무들의 불끈불끈 용틀임하며 하늘을 받쳐 든 모습 하나로 그의 농사에 대한 연륜을 한눈에 읽을 수 있다. 과수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지치기와 적과(알 솎기)라고 단언하는 그는 여전히 공부하는 농민이다. 매일 거르지 않고 쓰는 영농일지가 가장 훌륭한 스승이라고 말하는 그는 현재 ‘비배관리’를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한다. 35년의 영농 끝에 농사의 기초로 돌아가 있는 것이다. 장년의 나무 부대를 거느린 장수의 깊은 뜻이 엿보였다.




      
문1) ‘농담’ 소식지에 전문농업인과의 인터뷰를 싣기로 하고 처음으로 송대표님과 말씀을 나누게 되었습니다. 주로 자두를 재배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규모와 품종을 알려주시죠.

자두는 2,500평 정도입니다. 대석과 포모사를 같은 비율로 재배하고 있는데, 수령은 대체로 35년입니다. 

문1-1) 사과도 상당량 재배하시죠?

역시 2,500평에 홍로, 감홍, 부사 등의 품종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문2) 농업에 종사하신 경력도 궁금합니다.

저 자두나무들 나이하고 꼭 같아요. 군에서 제대하던 해에 심은 것들이거든요. (부모님의 농사를 거든 세월도 보태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럼요. 저 나무 녀석들보다 내가 선배지요.(웃음) 

문3) 영농과정에서 다양한 고민이 있으실 텐데요. 당면한 현안이라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다른 농민들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우선 과실의 품질향상인데, 말씀드렸다시피 자두나무가 노령화되어 다소 어려움이 따릅니다. 그리고 안정된 판매망 확보지요.

문3-1) 그렇군요. 자두농가의 현안을 여쭙겠습니다. 농가가 공판장을 통해 자두를 경매에 붙일 때 포장 단위를 작년까지는 10kg으로 했던 것을 5kg 단위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요. 이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결론적으로 5kg 박스 출하가 당장 실현되기는 어렵습니다. 재고 박스를 소모해야 하는 등의 기술적 이유도 있으나, 경매에 참여하는 이들의 이해관계도 조정해야 합니다. 김천자두연합회(http://www.gcjadu.kr/) 등에서는 올해를 과도기로 내년에 정착되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전국의 다른 자두 산지와 협조하여 의견통일도 해야 하고, 농협이나 시와의 논의과정도 필요합니다.

문3-2)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도 5kg 단위 출하를 추진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중개인과 농민 모두에게 이득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10kg 포장은 육안으로 품질을 제대로 식별하기가 어렵습니다. 5kg 포장으로 전환하면 파악이 용이할 뿐 아니라, 품질을 속이는 ‘속박이’가 아예 불가능합니다. 농민 편에서도 품질 확보에 집중함으로써 실질적인 출하가격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5kg 박스 전환은  품질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어 소비자에게도 만족을 줄 것입니다. 

문4) 사실 농민 대부분이 소득과 직결되는 농작물의 판매에 고민이 많은 데요. 용암골농원의 유통경로는 대체로 어떻습니까?

자두는 전체 생산량의 20%, 사과는 10%를 인터넷 직거래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주로 자체
홈페이지(http://yongam.kr/)와 김천시의 연합 사이트 ‘노다지 장터’(http://www.gcnodaji.com/)를 통해서 주문을 받습니다. 나머지 자두는 주로 영농조합인 바이어(중간밴더)를 통해 대형 마트 등에 납품합니다. 사과는 공판장에 경매로 내보내고요. 





문5) 농사기술에 특히 관심이 많으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농업인이나 귀농인들에 대한 교육도 담당하고 계신데요. 막연합니다만, 자두농사에 필수적인 사항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간단히 말할 수는 없겠지만, 강조하자면 우선 땅입니다. 물이 차지 않아야 합니다. 나무는 반드시 물 치임이 없는 땅에 심어야 합니다. 둘째로 저 질소 상태의 거름을 사용해야 합니다. 과잉질소는 무조건 독입니다. 그리고 자두나무의 가장 큰 적은 진액이 흐르는 수지현상입니다. 잉크병으로 불리는 세균성구멍병이나 벌레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습하거나 심한 가뭄에도 발생하고 나무의 세력이 약할 경우에도 생깁니다. 이는 반드시 제거해주어야 하는데 황토를 발라줌으로써 발생을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문5-1) 생산물의 품질향상을 위해 다양한 작업을 하실 텐데요. 자두의 경우 주안점을 어디에 두시는지요.

아시다시피 농사는 일상적, 반복적인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품질향상의 기본은 가지치기와 적과(알 솎기)입니다. 다만, 최고의 품질이 최고의 가격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시장 경쟁이 그렇습니다. 따라서 판로나 판매방식을 고려하여 과실의 크기나 수량을 조정할 수 있는 재배방식을 택해야 합니다. 

문5-2) 친환경 인증을 받아 재배를 하시잖습니까? 전환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예 친환경 전환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은데요. 조언을 해주시죠.

도시인들이 환경의 중요성을 더 중요시 하지 않나요? 농민보다 더 친환경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농산물의 안정성에 민감하고요. 이런 소비자 선호도에 무관심할 수는 없죠. 그들의 소비 패턴도 건강을 고려하는 유기농 제품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친환경은 한마디로 대세입니다. 

문6) 농업인이 고령화되어간다는 사실은 이제 상식인데요. 정작 중요한 것은 전문 인력의 고갈 아닌가 합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농업인들에게 영농기술 전수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몇 년째 비슷한 활동을 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인턴지도사’라고 부릅니다. 농업기술센터 소속의 갱신 가능한 10개월 계약직입니다. 형식적으로는 기술센터의 보조 인력이죠. 그러나 운용취지는 실용적 지식을 농사현장에 직접 방문하여 전파하자는 것입니다. 제가 알기로 전국에서 김천에만 있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현장교육을 해보면 호응이나 효과가 큰 것을 확인합니다. 제가 인턴지도사이면서도 무척 소중하게 느끼는 제도입니다.

문6-0) 시 전체의 농가를 일일이 방문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텐데요.

작목반이나 마을 단위로 그룹을 만들어 교육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또 단순한 기술이나 정보는 김천자두연합회의 협조를 얻어 1,200여명에게 수시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한 농가를 위해서라도 방문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인터뷰에 배석한 송대표의 부인께서 ‘덕분에 나만 죽어나요. 소는 누가 키워요?’ 하신다.)(웃음)

문6-1) 도시인들은 따로 노후대책을 마련합니다만, 농업인들은 노후에도 여전히 농사를 짓지 않습니까? 그러자면 노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여건, 말하자면 노후에 알맞은 규모와 시설 등을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 준비도 하시는지요.

후계가 없지 않습니까? 아쉽지만, 사과농사를 줄여 나갈 것입니다. 규모도 줄여야겠죠. 그리고 농업에는 퇴직금이라는 게 없으니까 80까지는 농사를 지어야겠죠. 자두로 시작했으니 자두로 돌아가는 거죠.

문7) ‘명품’이라는 말이 있잖습니까? 어떤 자두가 ‘명품자두’일까요?

허, 아주 어려운 질문입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송대표는 뜻밖에 무척 곤혹스러워하였다.) 그러죠. 소비자의 선호도를 떠나서 얘기합시다. 일단 내 자두의 품질 상위 5%가 그러길 바랍니다. 우선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고, 내 마음이 담긴 그런 자두여야 합니다.(혼이 담긴 자두 말씀인가요라고 물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그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자두에 대한 명상처럼 보였다.) 먹기도 아까운 자두 말입니다.(침묵)  

문8) 몇 년 째 농사 경력이 일천하거나 귀농하여 농업에 갓 입문한 이들을 많이 만나 교육이나 상담을 하셨잖습니까? 어떤 때 답답하셨습니까?

너무 조급합니다. 자신의 판단이 미숙함을 인정하고 충분한 정보를 수집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구해야 합니다. 인터뷰 하시는 분도 땅을 마련할 때 자두농사의 적지를 확보하지 못 하지 않았습니까? 자두농사를 이미 몇 년째 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보면 결과적으로 그렇죠? 조급함이 낳은 결과죠. 

문8-1) 특히 귀농인들이 농업이나 농사를 대하는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주위 사람들과 친해져야 합니다. 도시와 달리 모든 정보가 사람들로부터 나오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또 농사를 잘 지어야죠. 돈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끝없이 스스로를 재교육해야 합니다. 저 역시 요즘 비배관리를 열심히 배우고 있습니다.  

문9) 우리 부부는 올해 심는 고추에서 주당 2근의 건 고추를 얻는 것이 최대 목표인데요. 송대표님은 올 농사 목표를 어디에 두고 계십니까?

한번은 직거래로 자두를 사 드신 고객께서 전화를 해 딱 두 개가 맛이 없었다고 하시더군요. 공산품이 아니고서야 어찌 맛을 일률적으로 선별하겠습니까? 하지만 그것이 소비자의 마음입니다.(그 마음에 부합하는 표준 품질의 자두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는 말이었다.) 장기적으로는 건 자두 품종을 도입하는 것입니다. 저장성이 극히 낮은 자두의 특성상 경쟁력을 높이자면 외국의 경우처럼 건 자두를 생산하여 유통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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