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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과 사월 사이 - 2010년 4월 12일

농사일보 조회 수 17998 추천 수 0 2010.04.13 12:14:02
#2010년 4월 12일

삼월과 사월 사이

 지역에 따라 차이는 있겠으나 삼월 중순께부터 농부들은 바쁘다. 고추모를 내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물을 주고, 볕이라도 뜨거우면 비닐하우스 문을 열어주어야 한다. 반대로 밤에는 두꺼운 덮개로 덮어주어 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경작하는 밭과 논에 몇 톤씩 되는 거름을 날라다 일일이 펴주어야 하고, 과실나무라도 기르는 이라면 소독제를 치기도 한다. 봄에 쓸 비료도 주문하여 밭 곳곳에 부려 놓기도 한다. 겨우내 굳었던 밭을 관리기나 트랙터로 가는 것은 차라리 손쉬운 작업일지도 모른다.



 올해 밭을 조금 더 늘린 산이와 들이는 마음부터 바쁘다 보니 지레 일이 굼뜨고 힘도 더 든다. 더구나 지난해에 비해 일기가 너무 불순하여 잦은 비와 추위에 마음이 자꾸 오그라든다. 실제로 매화꽃은 지난해 피었던 날보다 일주일이 넘어서야  삐죽 고개를 든다. 처남들이 나서서 개척(?)한 새 밭은 그럭저럭 반은 마무리되어 큰 처남이 구해온 산마늘(명이나물)이 심어졌고, 오가피나무도 속속 옮기고 있다. 건너 밭에 있던 당귀도 모두 옮겼다. 그런대로 약초밭이 명색은 갖추었다.

경운기 시대

 삼월을 넘기며 가장 기억해야 할 일은 건재했던 경운기다. 운전법도 모르고, 생긴 것이 이미 수명을 다해 보여 삼 년여를 창고 한 구석에 버려두었는데, 밭도 더 늘고 해서 혹시나 살아 있을까 하여 전문가를 초빙하였다. 그는 작은 처남 회사에서 함께 일하는 젊은 직원이다. 산이와 들이도 몇 번 만난 적 있는 얌전하고 성실해보였던 친구다. 구형이라 앞대가리에 쇠막대를 넣어 돌려주어야 시동이 걸리는 경운기다. 들이는 그 돌리는 모습조차 본 적이 없는 물건이다. 초창기 자동차 모델이 그렇게 돌려 시동을 걸었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다.

 “기이, 기, 길. 터-털털. 타타타-”



 젊은 친구가 힘차게 몇 번 돌리자 이런 소리와 함께 시동이 걸렸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진작 처남들과 들이가 돌아가며 시도해 보았으나 꿈쩍도 않던 놈이 살아났다. 젊은 친구의 설명대로 요령을 익힌 작은 처남이 경운기의 기력을 또 되살리는 걸 보며 들이는 걱정에 잠겼다. 시동을 걸어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산이더러 해보라니까 힘에 부치는지 요령부득이다. 들이는 생각했다. ‘별 수 없이 다들 돌아가고 난 뒤 밤을 새서라도 시동 거는 연습을 해야겠구나. 그런데, 잘 못하면 부상을 입기 십상이라는데, 어쩌지?’

 젊은 친구는 선산 사람으로 부모님이 원채 농부들이시다. 지금도 주말이면 함께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하루 사이 지켜보던 산이가

 “모르는 것도, 못 하는 것도 없네?”           

관리기 다루는 솜씨를 보고는 이렇게 말하고 산이가 입을 딱 벌린다. 들이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미 훌륭한 농군이었다. 다만, 장차 농사로 입신할 계획이 없을 뿐이다. 하기야 농사를 업으로 어떤 기대를 가질 수 있을까?



 “저런 사람들이 마을마다 한 명씩만 있어도, 그치?”
 “훔쳐다가 여기 진바실에 묶어두고 일 같이 했으면 딱 이다.”

 어쨌거나 그는 전문가였고, 진바실의 덤바우에 경운기 시대를 열어준 장본인이 되었다. 좋은 날 잡아 술 한 잔 대접해야겠다.

풀 을 대접하는 예의
 
 얼마 전, 큰 처남이 풀을 다스릴 비방을 전해주었다. 인터넷에 이미 알려진 것이라 비방이랄 것까지는 없겠으나 매년 풀과 씨름하느라 진땀깨나 뺀 들이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진바실의 농부들은 대부분 풀 제거에 제초제를 사용한다. 김을 맬 인력도 부족할뿐더러 뙤약볕에 칠십이 넘은 어르신들이 김매자면 거의 살인적인 탈진을 각오해야만 한다. 제초제를 등짐지고 뿌리는 것만으로도 연로하신 분들이 식은땀에 젖는 것이 다반사다.

 들이와 산이는 풀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자두나무 아래 자라는 풀은 정강이까지 자라도 내버려둔다. 밭 사이의 둔덕에 자라는 풀들은 아예 내버려둔다. 다만, 밭작물에 대해서는 주로 산이가 나서서 수시로 긁어준다. 풀이 많이 끼면 채소류는 영 제대로 자라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마를 전후로 기승을 부리는 풀의 번성은 엄청나다. 자두나무 아래 자라는 풀을 그저 버려두었다가는 들이 키를 훌쩍 넘게 자라버린다. 특히 콩과의 잡초들은 덩굴을 뻗어 나무를 친친 감아 올라가며 숨통을 조이기도 한다. 관리기와 예취기를 동원하여 진압작전에 나서야만 한다. 이런 작업은 늦가을이 올 때까지 적을 달리하며 서너 번은 대대적인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 사이에는 소규모 전투도, 국지전도 있다. 오죽하면 농사짓는 이들이 입을 모아 “풀은 못 이겨요.” 할까.        

 처남이 전해준 천연 제초 비방은 지극히 간단했다.

 양조식초 80% + 물 20% + 전착제 적당량 = 풀 말라죽음.

 농막에 양조식초가 많지 않아 들이는 그 귀한 자두식초를 축내어 그대로 해보았다. 풀에 뿌린지 겨우 세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어린 풀잎부터 누렇게 말라가더니 다음 날에는 부린 곳에 있던 풀들이 모조리 말라버렸다. 알다시피 음식으로 먹는 식초에 무슨 독성이 있겠는가? 사람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것이 땅에 큰 부담도 주지 않을 것도 자명하다.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그런데 들이는 몇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우선 식초 농도가 너무 높아 비용이 부담되었다. 온 밭에 다 몇 회씩 사용하려면, 평생 먹을 식초보다 훨씬 많은 식초를 사대야 할 것 같았다. 땅에 그 많은 식초를 뿌리면, 토양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겼다. 그리고 화학농약을 칠 때도 사용하는 전착제는 약물이 오래 붙어 있게 하는 화학약품인데, 이왕이면 그것도 천연제제로 대체할 수 없을까 하는 호기심도 생겼다.

 그래서 실험을 해보았다. 맨 처음에는 전착제를 첨가하지 않고 식초만 10% 농도로 뿌려보았다. 결과는 갓 나온 새싹은 말랐으나 좀 자란 놈들은 거의 죽지 않았다. 이로써 식초의 효능과 한계의 하한선이 확인되었다. 다음으로 20%, 30%(전착제 무첨가)로 식초 농도를 올려보았더니 30%에서 풀 대부분이 죽었으나 이파리가 가느다란 녀석들은 거의 죽지 않았다. 그래서 같은 농도 대에서 전착제 대신 점도가 높은 당밀을 첨가해서 써 보았다. 효과가 있었다. 그렇게 몇 번 되는 대로 실험해본 결과 식초의 제초능력에 대한 의미 있는 자료를 얻었다. 햇볕이 쨍쨍 쬐는 맑은 날 한 낮에 10~30% 농도의 식초에 당밀을 적당량 첨가하여 풀에 살포하면, 풀 대부분이 말라죽는다는 것이다. 굳이 80%라는 고농도의 식초액을 살포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 방법은 풀의 씨를 아예 말리지 않아 뿌리를 해치지는 않으므로 곧 다시 살아나는 풀이 대부분이다. 식초 제초제의 최대 장점이다.(이 결론은 들이의 비과학적인 실험결과이므로 신뢰도가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개별 사례일 뿐이다.)

따로 또 같이

 이렇게 삼월에서 사월 깊숙한 곳까지 왔다. 과실을 키우는 들이는 할 일이 점차 늘어간다. 산이가 가지치기를 하면, 들이는 잘린 나뭇가지를 치우거나 지난 해 깔아두었던 밭의 비닐을 벗겼다. 산이가 밥을 할 때면 자두나무 아래 액비를 주기도 했고, 산기슭에서 꽃을 딸 때는 부엽토를 긁어 자루에 담았다. 들이가 잠시 저수지에서 낚시를 하면, 산이는 달래며 머위를 뜯기 위해 주변을 돌았다. 해질 녘, 산이가 갈무리에 바쁠 때, 들이는 불을 피우며 막걸리 한 잔에 군침을 흘리기도 했다. 늘 ‘따로 또 같이’ 밭과 산을 한 걸음씩 디뎠다. 세월 더 깊숙한 곳까지, 너무 깊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심연에 이르기까지 ‘따로 또 같이’, 양지꽃처럼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산이의 농사일지

2010
3월 7일 좌측 밭 포클레인 작업-1일차
3월 8일 좌측 밭 포클레인 작업-2일차
3월 9일 좌측 밭 포클레인 작업-3일차
3월 10일 눈 많이 와 작업 못 함.
3월 11일 좌측 밭 포클레인 작업 끝. 우측 밭 배수로 작업 함
3월 12일 매실 전지 끝냄.
3월 13일 자두 전지. 은행, 잣나무 옮겨 심음.
3월 14일 자두 전지. 홍자두밭 거름 줌. 매실밭, 석회보르도액 살포. 냉이차, 더덕 장아찌 만듦.
3월 15일 천연염색교육 - 소목
3월 19일 자두나무 전지. 고로쇠 수액 채취하러 감.
3월 20일 좌측 맨 위 밭, 부엽토 넣고, 로타리 작업.
3월 21일 농막 밭 자두 전지 끝냄.
3월 22일 천연염색교육 - 황련 블루베리, 석류 삽목용 채취해 옴. EM10병, 당밀 2병 주문함. 
3월 29일 감자밭 두둑 만듦. 천연염색교육 - 호두염색.
3월 30일 감자 2골 심음. 자두, 석회유황합제 살포. 생강꽃차 만듦.

4월 2일 홍자두 전지함. 하우스 견적 받음.
4월 3일 산마늘(명이나물)심음. 경운기 작동됨. 개들 데려옴. 병철, 병훈, 엄마 다녀감.
4월 5일 천연염색교육 - 오배자.
4월 6일 생강나무 꽃차 만듦. 개밥 1포 사옴.
4월 7일 당귀 옮겨 심음. 나방채집통 설치.(5개) 청매실 개화함.
4월 8일 생강나무 꽃차 만듦. 두릅밭 정리함. 머위꽃 땀. 찔레순, 인동잎차 만듦.(덕음) 자두나무 전지 끝.
4월 9일 대파 모종 뿌림. 채마밭 만듦.(상추, 치커리, 케일, 브로콜리, 쑥갓, 비트, 아욱, 왕고들빼기) 머위 장아찌 만듦. 산두릅 산행(아직 안 나옴.)
4월 10일 새 밭에 오가피 옮겨 심음. 진달래꽃 채취함. 병훈, 엄마 1박.
4월 11일 진달래 효소 담금. 수국 캐다 심음. 꽃밭 만들고, 각종 꽃씨 심음. 고추 장아찌 간장 달임. 정화, 지안 다녀감.

嶺南 프리맨

2010.04.23 11:39:12
*.103.89.185

농사일 잘하는

저 선산 촌넘을 잡아오던지 납치를 해서 우리밭에 머슴으로 부려볼까..??

 

아주 좋은 정보 하나 알고 갑니다.

식초로 풀을 죽인다....?

혹여, 상치는 안죽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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